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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 | 최원갑 동문 "내가 베푼 은혜는 모래에 새기고, 받은 은혜는 바위에 새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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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20-07-22 15:53 조회3,42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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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산업에 일생을 걸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


훌쩍 큰 키, 눈처럼 하얀 백발에 검은 눈썹이 성성한 노신사가 휘적휘적 사무실 안을 걸어 들어왔다. 만면에 환한 웃음을 가득히 띠고 있는 그는 우리나라 섬유 수출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사업가. 1975년 창업 후 43년 동안 단 한 번의 적자 없이 매출액 1,627억 원 규모의 편조의복(니트) 제조 및 무역 업체인 ‘최신물산’을 운영했다. 수출 중심의 B2B 사업 특성상 국민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1997년 은탑훈장상을 수상하기도 하는 등 최신물산은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당시에 섬유공학은 입학만 해도 기업들이 모셔가려고 다투는 곳이어서 취업 걱정은 안 했어요. 십수 년 회사를 다니다가 학창 시절 클래스메이트들과 공동으로 출자금을 내서 함께 창업했습니다. 물론 동업은 쉽지 않죠. 근데 제가 워낙 친구들을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과 화목하게 지내는 편입니다.”
공과대학을 나왔기에 옷 제조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속속들이 알았다. 덕분에 사무실 하나만 가지고 시작했지만 생산공장 없이도 제조공정의 품질을 끌어올리도록 지도할 수 있었고, 첫해에 백만 불 매출을 달성했다. 품질이 높고 신의가 좋다, 소문이 나니 세일즈 없이도 해외 바이어들이 앞다투어 사무실을 찾아와 주문을 넣었다. “70년대에는 우리나라 수출액의 25%를 섬유가 차지했죠. 정부에서 수출 주도산업을 진흥하던 시대에 섬유는 주요 수출 효자 품목이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작지만, 섬유 수출 업체에서는 리더 노릇을 했어요.”

 

45년의 사업가, 신문을 보고 기부를 결심하다


탁월한 퀄리티의 다품종 고급 니트를 미국 백화점에 납품하는 주요 벤더로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이름을 내걸기도 하고, 과감하게 섬유 기업 최초로 중남미에 생산 공장을 짓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을 오가며 일 년에 4개월은 해외에서 보냈던 모험가의 머리에는 이제 하얀 눈발이 내렸다. 아들딸, 며느리, 손자까지 19명의 가족들과 함께 스키 타러 가는 것이 가장 즐거운, 다정한 할아버지는 2018년 기업의 인수를 마무리하고 여유로운 은퇴 후 삶을 보내고 있다. “2년 전에 회사를 매각했어요. 사람을 많이 거느리는 산업이기에 점점 힘들더라고요. 동업자들도 함께 은퇴했고요. 수명은 점점 길어지는데, 직장 생활 이후 어떻게 사느냐가 이제 사회적 과제죠. 한창 바쁘게 지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시간이 많아요.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강좌를 듣기도 했고, 책을 많이 읽어요.”
돌아보니 바빴던 시절, 모교에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부를 마음먹고 있던 찰나, 동창회 신문을 보다가 서울대학교발전기금의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학교가 법인으로 독립했으니 그만큼 재원이 필요하겠지요. 세계적으로 학교의 이름을 날려 발전하면 그보다 더 행복하고 보람된 건 없을 겁니다.” 연구기금 1억 원, 기부 약정부터 출연까지 3일이 걸렸다. 몸소 서울대학교발전기금 사무실을 찾아 기부금을 전달하며 장학 기금에 쓰일 ‘만만한 기부’에도 1,000만 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선택과 실행 사이 남다른 추진력은 온화해 보이는 그가 지금껏 어떤 태도로 기업을 일구고, 살아왔는지 보여준다.
정성 들여 질문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명료한 답을 내는, 말수가 적은 그에게 장학금을 받을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게임이든 노래든 제일 자신 있고 좋아하는 걸 하세요. 자기가 잘하는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찬찬히 올라가는 게 인생을 제일 잘 개척하는 거예요. 제가 살아온 것도 그런 것 같아요.”

 

프로필
최원갑(섬유공학 55) 동문은 1975년 최신물산을 설립하고 현희헌(섬유공학), 故신동환(서울 상대) 동문과 공동 운영체제로 2018년까지 우리나라 대표 무역 기업으로서 회사를 운영해왔다. 최 동문은 아산병원에 건립기금 5,000만 원을 기부하는 등 사회 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인생의 좌우명
남한테 베푼 은혜는 모랫바닥에 쓰고, 남한테 입은 은혜는 바위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