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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 | 김성열(치대 61) 동문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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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23-03-28 10:29 조회78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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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졸업식에는 유엔 인권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는 딸 Shilla와 사위 니콜라스도 참석했다. 오른쪽은 아내 전후자 여사.



“물질적 행운을 대학과 사회에 되돌려줘야” 

 

다음은 김성열(치대 61) 동문의 서울대 치과대학 졸업식(한국시각2월 23일) 축사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나눔의 삶’을 주제로 한 김 동문의 축사는 감동과 유머를 모두 담아낸 명 스피치였다는 것이 졸업생들의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국내 유명인사들의 몫이었던 축사를 해외 동문이 맡은 것은 김 동문이 처음이어서 역시 눈길을 끌었다. - 편집자.

 

졸업생 여러분 축하합니다. 이 자리에까지 오느라고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여러분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입니다. 저는 1967년에 졸업한 김성열입니다.지금 미국 워싱턴주에서 치과를 개업하고 있습니다. 졸업한지 56년만에 오늘 이렇게 모교에 돌아와서 축사를 하게 되어 감개무량하며 영광스럽습니다. 이 영광을 여기 같이 온 내 아내 전후자 여사와 나누고 싶습니다. 치과대학이 나에게는 축복이었습니다.

 

치과는 나에게는 돈버는 직업이고 사회에 봉사하는 기회이며 취미생활이고 사교장입니다. 몇십년을 치료 해주다 보면 환자들이 친구처럼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클리닉에 간다는 것이 마치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을 만나서 골프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하면서 치료하고, 그리고 그 친구들이 치과를 나갈 때는 돈을 내고 나갑니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직업이 어디 있습니까.(폭소 터짐) 

 

제가 치과대학 다닐 때는 우리말로 쓴 교과서가 없어서 미국 교과서를 수입해 공부했습니다. 신통치 않은 영어실력으로 미국 교과서로 공부하려니 공부를 제대로 했을리 없습니다. 1975년에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주해서 미국치과면허시험을 보는데 10일동안 시험을 봤습니다. 

 

기초과목 필기시험 이틀, 전문과목 필기시험 이틀, 실기시험 3일, 임상시험 3일, 모두 10일에 걸쳐서 시험을 봤습니다. 그리고 합격했습니다.

 

당시 워싱턴주 치과면허를 받으려고 신청한 외국인들이 200명이 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명이 합격 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저였습니다. 성적표를 받아보니 내 성적이 우수했습니다. 해부학은 98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서울대 치대에서 받은 교육이 미국학생들에 뒤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대학에 다닐 때 하루는 서무실에 일이 있어 갔는데 직원이 숫자를 가득 쓴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궁금해서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치과대학 내년 예산서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봐도 괜찮느냐고 했더니 보여 주었습니다. 그 예산서를 보니 치과대학생 하나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하면 내가 내는 등록금은 아주 작은 부분이었습니다. 나는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모두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거였지요.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보답으로 먼저 좋은 치과의사가 되겠다. 

 

그리고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 되갚아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을 내가 졸업한 서울대 치대에 기부하게 되었습니다. 그 기부금은 치과학술연구에 필요한 비용으로 쓰이며 좋은 학술 논문이 많이 발표되어 서울대 치대가 세계적인 치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내가 먹고 입고 사는데 드는 돈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 이상의 돈은 짐만 된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이야기 입니다. 국민학교 1,2학년 때 딱지치기를 많이 했는데 나이 여하를 막론하고 많이 이겼습니다. 소문을 듣고는 이웃 동네 애들이 나한테 딱지치기 도전하러 왔습니다. 그리고 나한테 다 잃었습니다. 그랬더니 대여섯명 되는 3,4학년 애들이 나를 빙둘러 싸고는 자기들이 잃은 딱지를 다 뺏어갔습니다. 나는 분해서 집에 돌아와 집앞 층계에 앉아서 울고 있는데 아버지가 나와서 웬일이냐고 묻고는 하시는 말씀이“ 잊어버려라. 지는 게 이기는 거다.” 저는 평생을 지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싸움 한번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렇지만 항상 마음이 평화로웠습니다. 환자들을 이길려고 하지 마십시요, 환자들에게는 지는 게 이기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치과개업하고 얼마 안되었는데 영화배우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 되어서 TV 뉴스에서 아나운서들이 신이 나서 떠드는데, 그 부인 낸시가 입은 블라우스가 1,000불 짜리라고 야단이었습니다. 

 

블라우스 하나에 1,000불 이라니, 그래서 3살된 딸하고 설거지하고 있던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당신 블라우스는 얼마 주고 사느냐고, 50불에서 100불이랍니다. 아니 누구는 50불 짜리 블라우스를 입고 누구는 1,000불 짜리를 입느냐고 나는 심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후부터는 아내에게 비싼 디자이너 옷을 사입게 권장했고 그런 옷을 입은 아내를 칭찬했습니다.

 

한번은 서강대학 교수 정일우 신부님이 쓰신 ‘네 이웃을 하나님 같이 대하라’라는 글을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그글에서 내 아내가 내 하나님이며, 내 아들딸들이 내 하나님이며, 내 친구들이 내 하나님이며, 내 직원들이 내 하나님이며, 내 환자들이 내 하나님이며, 우리집 정원사가 내 하나님이며, 우리집 도우미가 내 하나님이며,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내 하나님처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감히 하나님같은 우리 아내에게 어떻게 화를 낼 수 있습니까. 감히 하나님같은 우리 직원들을 어떻게 야단을 칠 수 있습니까. 

 

우리 치과에서 환자들을 상대로 써베이를 하는데 오랫동안 내 환자였든 사람들이 나를 Honorable Man 또는 의로운 사람이라고 합니다. 아내를 하나님같이 존중하십시요. 남편을 하나님같이 존중하십시요. 

 

이번 스피치를 준비하면서 내가 그리고 우리 부부가 아주 열심히 살아 왔구나, 행운을 우리가 받아드릴수 있게 준비를 열심히 하면서 살아왔구나, 그리고 우리가 행운을 만들면서 살아왔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 행운을 마음껏 누리며 또한 이웃과도 나누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가 좋은 교육 받고 자라온 내 학교에 그리고 내가 내 가족을 이루고 살아온 내 지역사회에도 같이 나누어야 보람있는 삶을 사는 거라고 믿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출처 : 서울대학교 미주동창회 미주동창회보 2023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