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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 | 곽노섭 동문 "숲을 일구는 마음으로 학교의 백년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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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16-11-09 18:17 조회1,69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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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일구는 마음으로 학교의 백년을 생각하다 

여든을 넘긴 교육자의 말머리에는 줄곧 ‘제 자랑 같지만’이라는 조심스러움이 붙었다. 

미국의 대학에서 40년간 교수 생활을 하면서도 모교가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간직해왔다.

  

67년전 신입생의 가슴에 아로새긴 모교

2016년 10월 4일, 의과대학에 ‘유인경 기금교수 기금’ 10억 원의 출연이 완료되었다.   

작년 10월, 약정 이후 걸린 시간은 채 1년이 지나지 않았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출연자는 곽노섭 전 美 브루클린대학교 수학과 교수. 

순백의 머리칼을 가진 곽노섭 교수를 호암교수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85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꼿꼿한 자세로 손님들을 맞이했다.

“은퇴한 지는 15년쯤 됐습니다. 교편을 잡을 때는 큰 집안일이 있어야만 모국에 올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한국이나 학교나 자주 들릅니다. 

이번에 캠퍼스 투어를 하면서 보니 올해 서울대학교가 70주년을 맞았다고 합니다. 제가 입학한 지도 67년이 지났군요.”

곽노섭 교수는 1949년 서울대학교 수학과에 입학했다.

고등학생 때 만난 은사 덕분에 명징한 수학의 세계에 이끌렸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한 다음 해, 6·25전쟁이 일어나면서 학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피난 중에 부산에 세워진 임시 학교를 잠시 다닌 것까지 도합 2년쯤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1953년 미국으로 떠났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수학(數學)을 본격적으로 탐구하면서 미국 생활은 힘든 줄도 모르고 살았다. 

한국에서 배운 영어로는 의사소통이 쉽지 않고 방학에는 골프 클럽에서 숙식하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할 때도 있었지만, 공부만큼은 자신 있었다. 

1년간 받기로 한 장학금은 2년 으로 연장되었고 대학원까지 이런저런 장학 혜택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었다. 

학업을 마친 후에는 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스승을 떠올리며 스스로 교육자의 삶을 택했다. 

“미국에서 40년간 교수 생활을 할 때는 생활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크게 기부할 생각은 전혀 못했습니다. 

다행히 은퇴한 다음에 연금을 받게 되고, 저축하면서 목돈을 모을 여유가 생겼지요.” 


아내와의 인연이 담긴 학교의 발전을 위해 

기부를 하기로 마음먹고 떠올린 곳은 서울대학교. 

본인도, 아들도, 사위도 미국에서 교수의 길을 걸었기에 대학이 성장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기부를 마음먹고 서울대학교발전기금에 상황을 물어봤지요. 

장기적인 재원이 필요한 기금교수 같은 경우에는 아직 지원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세계 유수 대학의 교원 임용 현황을 살펴보면 기금교수의 숫자가 상당합니다. 

석좌교수가 늘어나면 저명한 학자를 초빙하기도 좋고 학교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지요. 

서울대학교도 기금교수 제도가 더욱 성장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금의 명칭에는 8년 전 타계한 아내의 이름을 붙였다. 

그가 기억하는 아내는 정직하고 남을 도와주기 좋아하는, 성품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故유인경 동문 역시 서울대학교의과대학에서 공부한 재원이다.

“아내는 1962년에 미국에 왔어요. 친구 동생이어서 한국에서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미국에서 만나고 결혼을 했지요. 

아내나 저나 고국, 모교, 사회적 평등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살면서 이견이 없었지요. 

한국의 생활 수준이 많이 향상되긴 했습니다만 아직 OECD의 빈부 격차나 노인 빈곤율 통계를 보면 갈길이 멉니다. 

본인 이름으로 기부한 것은 모를 테지만 아마 아내도 무척 자랑스러워할 겁니다.” 

그와 아내의 마음이 모인 기부금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우수한 기초의학 연구자를 유치하고, 지원하는 데 쓰일 것이다. 

“꼭 제 아내 이름을 붙여야 하는 건 아닙니다. 

집사람 동기회에서 십시일반 힘을 모아서 기금이 커지면 ‘의과대학 59년 졸업생 기금’으로 운영해도 좋겠지요. 

그저 좋은 기초의학 교수님들을 많이 초빙해서 서울대학교가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입니다.” 

평생 다른 사람을 키우는 교육자로 살아온 노교수의 눈에는 조금 더 넓은, 조금 더 먼 학교의 빛나는 미래가 비췄다. 

 

곽노섭 동문

1949년 서울대학교 수학과에 입학 후 1953년 도미, 

미국 뉴욕시립 브루클린대학교 (Brooklyn College, The City University of New York) 수학과 교수로 40년간 재직했다. 

2013년 서울대학교발전기금 LA사무실을 방문하여 수리과학부 도서기금 1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아내 사별 후 배우자 이름으로 유인경 기금교수 기금 10억 원을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