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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 | 주중광, 허지영 동문 "시대의 어른이 건네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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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20-03-05 14:41 조회3,41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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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어른이 건네는 사랑

한평생 학자의 길을 걸어온 고결과 순수가 주중광, 허지영 부부에게 묻어난다.

흠 없이 반듯한 나이테는 조국과 후학을 위하는 지혜와 애정으로 채워졌다.


위대한 아버지의 희미한 발자취


일제 강점이 끝나고 서울대는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렸다. 때문에 편입생이었던 ‘허식’에게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명분으로 예과 수학 강의를 맡겼고, 1948년 졸업 후에는 3학년의 적분론 강의를 배정한다. 당시 전임 강사의 월급은 부모님과 처 그리고 두 어린 자식을 부양하기에도 빠듯했지만, 절박하게 수학 교육의 앞날을 걱정하던 젊은이는 가족이 잠든 셋방에서 중등 수학의 교과서를 집필한다. 허나 교과서가 출간되기 무섭게 발발한 한국전쟁.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했을 때, 서울대학교 교수와 학생을 소집하는 통보에 집을 나선 것을 끝으로 그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1947년부터 1950년까지 수학과에 재직한 허식 교수의 이야기는 곧 허지영 동문이 기억하는 애틋한 아버지 이야기다.
“2018년에 서울대학교를 찾아 김판기 교수님을 뵈었습니다. 『한국 근대과학 형성자료』, 『대한수학회사』 등에 짧게 기록된 아버지의 행적을 목이 멘 오빠가 읽어 내려가던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 허지영

우리 현대 과학과 수학 발전을 기록한 문헌에서 ‘허식은 한국전쟁 때까지 조교로 활동하며 강의를 맡기도 하였다’, ‘허식은 연희전문학교 출신으로 한국전쟁 때 행방불명 되었다’와 같은 문장으로 허식 교수를 찾을 수 있다. 혼란하던 시절 허식 교수가 보인 사명감과 헌신을 높게 사며 2019년 가을, 수리과학부는 수학과 70년, 허식 교수 탄생 100년을 맞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조지아에서 대학교 오퍼레이터로 살아온 허지영 동문은 주중광 동문과 함께 이곳에서 자연과학대학 앞으로 ‘허식교수 장학금’을 마련하며 자리를 빛냈다.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알지 못한 채, 납북 사실조차 숨기며 살아왔습니다. 이제 아버지의 자취를 길이 남길 수 있어 감사하고 기쁩니다.” ― 허지영

 

치열하게 이룬 바, 지금에 돌아보니


주중광·허지영 부부는 은퇴 후 ‘The Chu Family Foundation’을 설립하여 서울대학교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꺼이 손을 내미는 삶을 산다. 약학 및 신약 개발 연구로 우수한 성과를 낸 한국 과학자를 위해 ‘주중광 Lectureship Award’를 재정하고 가족 기부 재단을 통해 시상한다. 약학 연구를 독려하는 배경은 주중광 동문이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약학자이기 때문이다. 조지아대학교 석좌 교수인 주중광 동문은 B형 간염 치료제인 ‘레보비르’,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 등을 개발했다. 인류의 건강에 기여하고 후학을 양성한공으로 2014년에는 권위 있는 더존 A. 몽고메리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부부는 이 밖에도 한국의 2개 대학, 미국의 8개 대학, 조지아 한글 학교에 장학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재단의 또 다른 행보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중 조지아에 적을 둔 직계 후손에게 장학금을 수여 하는 일.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아립니다. 당시 파병된 미군들은 상당한 애정으로 한국의 성장을 자랑스러워합니다. 전쟁에 젊음을 바친 이들의 후손 중에 생계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더군요. 그들에게 감사하며 조국을 위하는 마음으로 돕고 있습니다.” ― 주중광
오랜 세월 미국에서 살아왔지만 부부는 한국을 잊은 적 없다. 한 해에 한 번씩 한국에 들어오면 매번 서울대학교 캠퍼스를 찾는다.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관악으로 향할 때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유학을 떠날 땐 돌아와서 가족과 함께 제약 회사를 꾸려나갈 계획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결혼을 하고 교수 자리를 제안받으며 남게 되었지요. 돌아보면 저는 아메리칸 드림을 풀-필한 사람입니다. 미국인보다 몇 배 더 부지런히 공부하고 일하여 이룬 것을 조국과 모교의 발전에 보태고 싶습니다.” ― 주중광

 


주중광(약학 60), 허지영(화학 66) 동문 부부는 졸업 후 국비장학생으로 도미, 조지아에서 만나 결혼했다.

주중광 동문은 조지아대학교 석좌교수로 314편의 연구논문을 출판, 53개의 미국 특허권을 취득한 약학 권위자다.

허지영 동문은 수학과 허식 교수의 1남 2녀 중 둘째다.